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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낯선 방법으로 - 송림도향
익숙한 것을 낯선 방법으로 - 송림도향

Creators without Boundary

Creators without Boundary는 일상 속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조명하는 바운더리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연남방앗간 Chapter 2 : 강원, <겨울의 감각>과 함께합니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 겨울입니다. 겨울의 강원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소복이 눈 덮인 소나무, 김이 솔솔 나오는 찐 감자, 차분한 겨울바다… 지금 연남방앗간에서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오감으로 강원도를 느낄 수 있는 강원 팝업이 진행 중인데요, 바운더리에서 이번 팝업에 참여한 강원도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 크리에이터 소개

송림도향 @_songlimdohyang

연남방앗간 Chapter 2 : 강원, <겨울의 감각> 팝업에 함께한 송림도향은 품질과 향기가 뛰어나 예로부터 왕가에서만 사용되던 귀한 소나무인 황장목을 이용하여 차, 소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우리나라 소나무의 가치를 알리는 브랜드입니다.


익숙한 것을 낯선 방법으로

Creator Interview Series 002 : 송림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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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아직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로
개발된 상품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Q. 송림도향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송림도향(松林導香)은 “소나무 숲의 향으로 인도합니다”라는 뜻이에요. 캐나다의 단풍나무, 일본의 히노끼, 핀란드의 자작나무 등 다른 나라에는 자국을 대표하는 나무로 만든 식품이나 상품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로 개발된 상품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통적으로 사랑받아 온 한국의 민족수인 소나무의 맛과 향을 알리고,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알리고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표현으로는 K-tree라고 해야할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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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씀대로 소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인데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세대를 거듭할수록 우리 일상에서 소나무가 멀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역사적으로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늘 함께했어요. 우리나라의 첫 역사로 등장하는 단군 할아버지가 강림했다는 신단수가 바로 소나무고, 삼국시대 솔거라는 화가가 그렸던 소나무 그림에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 했다는 이야기,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이 천 년이 넘도록 보관된 건물의 나무가 소나무라는 것, 조선시대에 소나무가 정 2품으로 벼슬을 받았던 것, 임진왜란 때 소나무가 거북선이 되어 이순신 장군과 나라를 지켰던 것, 정철, 김홍도, 신윤복, 김정희 등 당대에 내노라는 유명한 화가와 문학가들이 항상 소나무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던 것, 애국가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등장하고 청와대 앞에는 소나무만 식재된다는 것, 남북 교류 때 남한과 북한의 대표들이 항상 빠짐없이 한 그루의 소나무 식재를 한다는 것 등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소나무는 빠질 수 없는 나무예요. 역사적, 문화적 가치 이상으로 소나무의 맛과 향, 건강 기능적인 측면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사랑받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Q. 강릉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강원도 강릉은 도시브랜드가 ‘솔향강릉’(소나무의 고향), ‘PINE CITY’이고 시목이 소나무일만큼 소나무가 흔하면서도 중요한 자원이에요.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좋은 소나무에 둘러싸여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나의 고향이 소나무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이후 미국에서 15년 동안 살면서 한국의 골동품을 수집했었는데요, 강원도 소나무로 제작한 우리나라 고가구의 매력에 빠져서 저 또한 소나무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강릉에 정착하게 되었고, 한국의 나무인 소나무를 세계에 알려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송림도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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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나무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소나무를 보고, 만져볼 때 외적으로 느껴지는 멋이 있을 것 같아요. 국내에 멋있는 소나무들이 많은 명소는 심심찮게 찾아다니기도 하는데요, 자연에서 소나무를 마주하게 되면 이상하게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돼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유심히 보게 되고, 그 웅장함과 멋에 취해 한참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안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보고 만지는 것으로도 이러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저는 나무의 안쪽인 심재를 사용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송림도향의 대표 제품인 소나무 심재차가 소나무의 ‘심재’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는데요, 심재에 대해서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송림도향의 모든 제품은 150년 이상 된 소나무의 심재를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서 심재는 나무를 잘랐을 때 보이는 가장 안쪽의 진한 부분을 말해요. 반대로 바깥 쪽의 연한 부분은 변재라고 하고요. 변재에는 곰팡이나 미생물이 있기 때문에 가공하는 과정에서 변재 부분은 제거하고, 심재 부분만 이용해서 차를 만들어요.


Q. 150년 이상 된 오래된 소나무로 차를 만드시는 이유가 있나요?

와인이나 위스키는 오랜 기간 숙성했을 때 가치가 더 높게 측정되는데, 그게 나무와 함께한 시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착안했어요. 오래된 나무에서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테스트해봤을 때 일반 소나무에 비해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맛과 향이 더 뛰어나서 오래된 나무를 사용하게 되었죠. 그리고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특유의 멋이 있어요. 더욱더 깊고 중후한 느낌이죠.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에 대해서 깊이 아시는 분들은 고재(古材)라고 해서 오래된 나무, 혹은 빈티지 나무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요. 여기서 착안해서 소나무 중에서도 오래된 나무를 선택해 볼까 하는 아이디어도 있었고요.


Q. ‘나무’를 차로 우려 마시는 건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것 같아요.

나무는 술에는 재료로 많이 쓰이지만 차로 음용했던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드물어요.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나무로 차를 만든다고?”, “나무를 왜 먹어?”, “심재가 뭐야?”등 낯선 반응을 보이시지만, 실제로 심재차를 드셔보시고 나면 “은은해서 좋아요”, “숲에 온 것 같아요”, “힐링 돼요” 등 좋은 반응을 보이세요.

처음 나무가 술에 활용됐을 때나 나무의 잎이 차로 쓰였을 때도 많은 분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이런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워지고 당연한 문화가 된 것 같아요. 심재차를 마시는 것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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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나무는 벌목이나 관리에 있어서 전문성과 세심함이 요구될 것 같아요. 한 잔의 소나무 차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무엇보다 벌목이 법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저희가 사업하겠다고 원하는 나무를 함부로 벨 수는 없어요. 벌목을 하기 위해서는 꼭 허가를 받아야하고, 이 중에서도 소나무 심재차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나무를 만나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에요.

소나무 심재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허가를 받아 벌목된 나무 중 좋은 나무를 수급 받아, 박피기를 이용하여 나무의 껍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다 벗겨냅니다. 그리고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은은하게 드는 곳에서 수년 동안 자연건조(aging)를 해요. 그러면 나무가 그 속에 있는 수분을 날려 나무가 단단하게 수축되고 안에 있던 유효성분이나 향미성분들이 농축이 된 상태로 잘 보존이 됩니다.

이렇게 나무가 된 상태를 저희는 보통 준비된 상태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 나무를 제재기에 돌려 요즘 우드슬랩이라고 부르는 큰 판의 형태로 한 판 한 판 제재를 하고, 그 제재된 나무에서 변재라는 부분을 제거합니다. 남은 심재 부분을 다시 제재하고 세척을 한 후, 건조와 UV 살균을 거쳐 살균기에 보관합니다. 잘 포개진 심재는 대패로 한 톨 한 톨 얇게 베어서 순면 100%의 티백에 넣어 완성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150년 이상의 나무의 생명력과 최소 5년의 건조기간, 1년간의 제재와 티백 생산 기간이 소요돼요. 40단계 이상의 작업과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재차는 매우 한정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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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귀한 재료를 다루시는 만큼 많은 오랜 시간 활동해 오신 장인분들과 함께하시는 작업이 많으실 것 같아요. 함께하시는 장인분들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150년 넘은 귀한 소나무인 황장목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해요. 나무를 한 잔의 차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산림을 보호하는 분들부터 관리하는 분, 벌목하는 분, 운반하는 분, 제재하는 분, 건조하는 분, 선별하는 분, 식품 공정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분, 티백을 만드는 분 등 수많은 분들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소나무를 가장 많이 수급하고 있는 40년 차의 강원도 중앙제재소 이용중 사장님을 꼽고 싶어요. 남한산성, 팔각정 등의 문화재 복원 사업에 소나무를 수급하기도 하였고, 한옥과 같은 전통건축물에도 소나무를 수급하는 분인데요, 나무를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 나무의 가치를 알 정도로 나무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분이세요. 수많은 소나무 중에서도 특히 좋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소나무를 송림도향에 수급해 주고 계시는 중요한 분이시죠.


Q. 연남방앗간의 이번 강원 팝업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요?

한국의 미학이 농축된 소나무 심재차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소나무 심재차는 티백 또한 100% 면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미세플라스틱의 염려가 없어요. 소나무 심재차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소주에도 잘 우러나기 때문에 소주의 맛을 풍부하게 살려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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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나 소금 이외에 소나무를 활용한 다른 제품을 만들어 볼 계획이 있으신가요?

다음에는 소나무를 활용한 위스키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서양에서는 술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와인, 위스키, 꼬냑 등의 숙성과정에 보통 오크(참나무)를 이용하는데, 소나무로도 비슷한 개념을 적용해서 좋은 술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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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년 뒤, 송림도향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산과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곳에서 슬로우 컬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도 그 속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잖아요. 고요한 공간에서 단 몇 분이라도 나무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나무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고, 그렇기때문에 스스로 자라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어요. 나무가 되어본다는 것은 숨소리에 귀기울이고 나의 시간에 기대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걸 의미해요. 내가 어떠한 변화 속에 살고 있는지를 느끼고, 나의 숨소리, 발소리, 그림자를 발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또한, 말씀드린 공간 외에도 소나무 박물관, 소나무 찻집, 소나무 편집샵, 소나무 도서관, 소나무 R&D 센터와 소나무에 대한 Data 센터 등 소나무와 관련된 많은 공간들이 생기기를 바라고, 10년 후에는 그러한 공간에서 인류와 지구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려봅니다.



송림도향의 시그니처 제품인 황장목 심재 침출차는 팝업 기간동안 연남방앗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CHAPTER 2 강원: 겨울의 감각

위치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서울 중구 통일로 1 (문화역서울284, 구 서울역사)
기간 2021. 11. 27. (토) – 2022. 2. 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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