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Boundary, Enjoy Urbanplay
바운더리를 통해 공간, 전시, 공연, 반려동물, 팝업스토어 등
어반플레이의 다양한 도시콘텐츠를 만나보세요.
멤버십 보러가기
동양의 자연주의- 도예가 서국진 인터뷰
동양의 자연주의- 도예가 서국진 인터뷰

동양의 자연주의

Creator Interview Series 023 : 가마오감도 서국진

[동양미감 : 로컬 공예와 재료의 맛]
로컬의 공예와 재료가 만났습니다. 이 둘의 어울림이 인상적인 미감과 공감각적인 맛을 선사합니다. 연남방앗간에서 담음을 통해 완성된 메뉴를 경험해 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일상에서도 페어링이 주는 특별함을 느껴보세요.

동양미감과 함께한 다섯 번째 크리에이터 서국진 도예가는 동양적 자연주의를 추구합니다. 인간의 내면까지도 자연물이라는 생각을 담은 도기들을 만듭니다. 이천에서 작업실 겸 전시장 가마오감도를 운영하고 있는 서국진 도예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 몇십 년간 작가님을 사로잡은 연리문 기법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나의 연리문은 서로 다른 태토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태토를 여러 가지색으로 만들어 작업했다.


undefined

Q. 작가님의 연리문 도자기는 "봄날의 아지랑이", "힌 폭의 수묵화", "물과 구름의 형상" 등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되는데요, 작가님은 매번 다르게 표현되는 연리문 무늬로부터 어떤 감상을 얻으시나요?

시작이랄 것도 없고, 끝이랄 것도 없이 서로 어울리며 생성과 소멸, 확장과 생략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리의 문양이다. 시작이랄 것도 없고, 끝이랄 것도 없이 서로 어울리며 생성과 소멸, 확장과 생략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리의 문양이다. 유약은 광택투명유나 투명매트유를 주로 사용한다.


undefined

Q. 작가님의 지금까지의 작품활동을 한 단어나 문장으로 나타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절제된 선과 은근한 색상에서 오는 단아함, 그것으로 한국의 전통적 선과 색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나는 공예가로서 부단히 노력한다. 나의 감성이 나의 손에 무심히 전달되듯이 사용자의 생활에도 무심히 녹아들 수 있도록 말이다.


undefined

서국진 도예가님의 작품 설명 전문을 만나보세요.


1. 연리문의 기원

연리문도자( 練 理 紋 陶 磁 )는 기원전 3000년경 이집션 페이스트 (Egyptain paste)에서 시작되었는데 로마시대를 거쳐 18C 유럽에 이르러서는 일반적인 도자성형기법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동양의 연리문도자는 중국의 당(唐)시대 말기에 나타났는데 당은 당시 세계문화의 중심으로 동서문화의 교류가 활발했던 터라 당에서 연리문도자가 생산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의 연리문은 송으로 이어지고 고려로 전파되었다. 당 말부터 만들어진 중국의 연리문은 새끼줄을 꼬아 놓은 것 같은 무늬라고 하여 교태문(絞胎紋)이라 했고 주로 연유(鉛釉)계통의 황유(黃釉), 녹유(綠釉), 갈유(褐釉) 등을 시유하여 저온에서 번조(燔造)한 도기였다. 그러나 고려의 연리문도자는 청자토, 백토, 저토(猪土 또는 자토)로 그 문양을 만들고 청자유를 입혀 고온번조 했기 때문에 고려의 연리문 도자를 청자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고려의 연리문도자는 10점 정도의 유물이 있는데 대체로 사발형이고 합이 3점, 호가 1점이 있다. 이렇게 고려의 연리문도자는 유물이 극히 드물고 소품에 불과하지만 12C 청자의 주생산지인 전라남도 대구면 사당리 일대에서 그 파면이 발견되어 고려연리문의 제작지와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연리문도자는 수축율이 서로 다른 점토를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제작상 어려움이 많음으로 해서 소멸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의 연리문도자는 송으로부터 그 기법을 전수받기는 했으나 중국의 교태도와는 확연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교태도가 연유-산화- 저온번조라면 고려의 연리문은 청자유-환원- 고온번조로 중국의 것에 비해 훨씬 견고하다. 따라서 고려의 도공들은 모방에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창의적인 시각에서 재창조를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리문 청자를 탄생시켰다.

* 우리나라에서 연리문(練理紋)이란 낱말은 우현 고유섭(又玄 高裕燮)선생(미학자, 미술사학자)이 1937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고려의 도자공예>란 논문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연리 이전에는 나무의 결을 의미하는 목리(木理)란 용어가 있었다.


2. 서국진의 연리문의 특징

고려시대의 연리문은 서로 다른 태토들을 이용해서 선들의 반복에 의한 문양을 만들어 청자에 담아냈지만 나는 단아한 조선백자의 사각 병에 담았다.나의 연리문은 서로 다른 태토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태토를 여러 가지색으로 만들어 작업했다. 시작이랄 것도 없고, 끝이랄 것도 없이 서로 어울리며 생성과 소멸. 확장과 생략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리의 문양이다. 유약은 광택투명유나 투명매트유를 주로 사용한다.


3. 관념적 자연주의로써의 연리문

한국의 미의 중심에는 자연주의(自然主義)가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자연주의는 노장(老壯)사상(도가사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여기에 인도에서 불교가 들어오면서 노장과 불교가 아주 적절하게 융합된다.

불교에서 경전(經典)을 중심으로 깨우침을 얻으려는 종파를 교종(敎宗)이라고 하고 참선수행(參禪修行)을 통해 득도(得道)하고자 하는 종파를 선종(禪宗)이라고 한다. 이른바 선종불교(禪宗佛敎)또는 선불교(禪佛敎)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양에서 말하는 젠(Zen)이다.

그런데 서양의 자연주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적 자연주의다. 반면 노장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동양의 자연주의는 관념적 자연주의(觀念的 自然主義)로 인간의 내면까지도 자연물이라는 사상이다.

따라서 인간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용이나 봉황과 같은 것들도 자연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동양의 관념적 자연주의에서는 <흉중의 자연도 자연이다>라고 하여 인간의 내면을 자연의 범주에 넣고 있다. 나의 연리문은 관념적 자연주의의 표현이다. 궁국적으론 젠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조선백자 사각병에 담았다. 조선의 선비정신은 유학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조선이 아무리 숭유억불(崇儒抑佛)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뼛속까지 스며있는 젠의 굴레를 벗을 수는 없었다. 조선의 선비정신은 청백리(淸白吏)로 표방되고 백자의 너그러움이 그것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백자의 아름다움의 정수 는 고졸미(古拙美)에 있다고 생각한다. 빼어나지는 않지만 당당하고, 장대하지 않아도 소박하고 어딘가 부족한 것 같지만 모두 갖추고 있는 그런 것, 몰락한 선비의 뒷모습에서 보이는 초라함에서 짠함을 느낀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고졸미다. 그러나 그의 가슴이 세상을 품고 있다는 것을 범인은 모른다.

공예란 부단한 기술의 연마에서 오는 무심한 지경의 예술이다. 혹자는 ‘쓰임새가 있는데 어떻게 예술일 수 있느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면 ‘예술을 눈을 통해서만 인지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공예란 작가의 입장에서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예술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본인의 소견이다. 나는 공예가로서 부단히 노력한다.나의 감성이 나의 손에 무심히 전달되듯이 사용자의 생활에도 무심히 녹아들 수 있도록 말이다. 가마 화수분 도자기의 중심에는 선과 색이 있다. 이번 작업의 선을 설명하자면 길지만 요약한다면 절제된 아름다움에 대한 제안이다. 또한 ‘어떻게 발색할 것인가’는 늘 화두와 같다. 물론 발색제는 자연의 산화물에서 찾는다. 절제된 선과 은근한 색상에서 오는 단아함, 그것으로 한국의 전통적 선과 색의 아름다음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도예가 서국진


사진 제공 | 도예가 서국진

도예가 서국진의 작품은 공예주간 팝업 기간 동안 연남방앗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동양미감: 로컬 공예와 재료의 맛>

장소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다이닝 DDP점
기간 2023. 05. 04.(목) – 2023. 5. 31.(수)
참여 크리에이터 이찬우 작가, 가마오감도 서국진 작가, 거창유기 이혁 작가, 우경자 작가, 이해정 작가, 꿀건달, 편식공장, 부각마을, 강성은명과

팝업 정보 더 보기 >


연남방앗간자세히 보기 크리에이터 인터뷰자세히 보기
다른 로컬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