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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 감자밭 인터뷰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 감자밭 인터뷰

Creators without Boundary

Creators without Boundary는 일상 속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조명하는 바운더리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연남방앗간 Chapter 2 : 강원, <겨울의 감각>과 함께합니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 겨울입니다. 겨울의 강원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소복이 눈 덮인 소나무, 김이 솔솔 나오는 찐 감자, 차분한 겨울바다… 지금 연남방앗간에서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오감으로 강원도를 느낄 수 있는 강원 팝업이 진행 중인데요, 바운더리에서 이번 팝업에 참여한 강원도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 크리에이터 소개

감자밭 @gamzabatt

연남방앗간 Chapter 2 : 강원, <겨울의 감각> 팝업에 함께한 감자밭은 다품종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고, 건강하고 맛있는 식음료 문화를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Creator Interview Series 001 : 감자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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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기에는 너무나 명확했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어요.”


Q. '감자밭'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많은 분들이 ‘춘천 감자빵’을 만든 브랜드라고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저희는 다양한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종의 다양성은 식량 주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있어요. 해외에 나가면 파랗고 빨갛고 보라색인 다양한 색깔의 감자를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 이상했어요. 전 세계에 3000여 종의 감자가 있는데도 국내에 많이 보급된 감자는 수미감자뿐이잖아요. 감자밭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브랜드이고,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사용해서 감자빵을 만들고 종자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춘천에서 감자빵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다양한 품종의 감자 농사를 지으셨는데,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보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계셨어요. 그래서 2남 2녀의 셋째 딸인 제게 춘천으로 와서 감자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하셨죠. 사실 그때엔 별생각 없이 강원도로 내려왔는데 직접 마주한 현실이 참혹했어요. 그 해에만 묻어야 할 감자가 수십 톤이었거든요. 눈앞에 닥친 현실을 보니 이 문제는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 해 감자 값은 좋았어요. 20kg 한 박스에 약 3만원 정도 되었으니까요. 그러면 다 팔고 말지 왜 이렇게 다 저장을 했나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아버지께서 농사지은 로즈 홍감자와 고구마 감자는 20kg 한 박스에 1만원 중반에 낙찰을 받은 거예요. 박스 값에 상하차 비를 제하면 얼마 남지도 않는 돈이었어요.


Q.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감자 종자라서 낮은 가격에 매겨진 건가요?

그렇죠. 당시 아버지께서는 야속한 마음에 상하차 비용을 지불하고 감자를 다시 그대로 가지고 오셨어요. 거짓말같이 들리시겠지만, 눈물을 흘리며 박스에 상, 중, 하로 선별한 감자들을 밭에 전부 묻었습니다. '그냥 얼마라도 받고 팔아버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버지의 그 고집스러운 태도가 지금까지 저희가 이렇게 감자빵을 만들고, 다양한 감자를 지키고,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철학'을 지키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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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원도의 여러 작물 중 특별히 감자로 빵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강원도 하면 옥수수와 감자잖아요. 사실 강원도의 토지는 98%가 임야라서 농사를 짓기 적합하지 않아요. 전라도나 경상도의 평야를 보다가 강원도의 비탈진 밭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죠. ‘이런 곳에다가도 농사를 짓나?’하는 못나고 못난 땅에도 뭐라도 하나 심겨 있는 게 강원도예요. 농사짓기도 참 열악한 그런 강원도에서, 어디에 심어도 잘 나고 굶주린 배를 채워준 작물이 단연 감자와 옥수수였어요. 그리고 각 지역마다 다양한 지역 빵이 있잖아요. 강릉에는 커피콩빵이 있고, 안흥에는 찐빵이 있는데 강원도에는 왜 이 맛있는 감자를 두고도 괜찮은 디저트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구마는 사실 단맛이 주된 맛이라 디저트로 개발하기 쉽고, 옥수수 정도만 해도 개발이 조금은 쉬웠을 텐데 하필이면 저희 아버지께서 사랑에 빠져버린 게 요놈의 감자라서 개발을 하느라 녹록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이제는 ‘감자였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Q. 감자밭의 감자빵은 ‘진짜 감자’같은 모양이 인상적이에요. 감자 모양으로 빵을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처음에 ‘감자’로 빵을 만들어 보자!라는 결심을 하고도 감자빵이 나오기 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처음에는 왠지 모를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자로 뭘 한다고 하면 다들 하는 소리가 '아니 맛있는 고구마로 하지 왜 감자로 해?'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속상한 마음에 어떻게든 맛있게 만들겠다! 하고 의욕이 과하다 보니 정말 요상한 것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고구마 감자를 넣은 빵에 마늘 소스를 듬뿍 묻혀서 만든 '고감마' 빵 이라든지, 감자와 춘천 닭갈비를 넣은 파이 등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죠.

그러다 깨달은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자'에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할머니 집에 가서 설탕에 찍어 먹던 파근파근한 감자, 추울 때 밖에서 호일에 싸서 구워 먹던 감자, 그 감자의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감자 본연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빵들은 재료가 3% 혹은 8% 정도만 들어가도 OO빵이라고 소개를 하잖아요. 저는 정말 감자 자체가 묵직하게 들어가 있는 농산물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속 안에는 절반 이상이 감자로 가득한 그런빵이요!


Q. 감자 모양 빵은 대표님의 아이디어였나요?

감자가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재미'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품종의 다양성이니, 식량주권이니, 저희가 하는 말들이 사실 다 좀 재미없고 진지하잖아요. 저는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인데,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최동녘 농부'는 재미에 죽고 재미에 사는 사람이에요. 그분이 감자 모양으로 빵을 만들어보라고 수십 번 말한 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가 홍상기 셰프님을 만나면서 실현할 수 있었어요. 홍셰프님께서 레시피 개발을 잘 해주신 덕분에 지금의 감자빵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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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자빵을 만들면서 반드시 지키는 원칙같은 게 있나요?

저희는 꼭 감자를 오븐에 100분 이상 구워줘요. 집에서 삶거나 찐 고구마랑,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먹어보면 맛이 천지차이 잖아요. 감자도 똑같거든요. 감자를 구우면 수분이 많이 날아가서 응축된 단맛이 확 올라와요. 삶거나 찌는 게 효율이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훨씬 더 합리적이지만, 맛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수십 번의 테스트를 했지만 정성으로 구운 감자 본연의 맛은 따라올 수가 없더라고요. 오리지널 감자빵에는 그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그래서 한번 먹으면 헤어날 수 없나봐요. (웃음)


Q. 연남방앗간 강원 팝업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요?

뭐니 뭐니 해도 오리지널 감자빵을 꼭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감자빵을 소개한 뒤 많은 제빵소에서 감자빵을 만들지만, 국내산 감자를 사용하는 곳은 현실적으로 드물어요. 손으로 감자를 하나하나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많거든요. 사실 저희 레시피에 대단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제빵 기본기만 있으면, 누구나 맛있는 감자빵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도 비법이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국내산 감자만 잔뜩 구워 넣고 정성만 담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참, 이번에 연남방앗간과 함께 특별한 맛의 감자빵을 준비했어요. 만들면서도 내부 반응이 아주 좋았던 맛인데요, 돌아오는 2022년 설 명절 때 연남방앗간과 춘천 감자밭에서만 한정 수량으로 구매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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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자밭의 인스타그램이나 노션 페이지를 보면 감자만큼이나 브랜딩에도 진심이신 것 같아요. ‘감자밭’이 생각하는 브랜드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추구하는 본질에 대한 철학의 표현’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그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감자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면서 저 스스로에 대한 철학도 함께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더 재미있었던 점은, 제가 저를 정리하는 과정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울림, 생각할 거리, 선한 영향력을 주었다는 것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브랜드는 일상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자신들과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발견하기도 하고 공감이나 위로를 받기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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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쯤되니 감자밭의 향후 계획이 너무 궁금해지네요.

사실, 생각해둔 게 너무 많지만(웃음)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면 '밭물상'이라는 차기 브랜드를 준비 중이에요. 저희가 농업회사로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농부와 농업 등 다양한 단어들을 재정의 하는 작업을 했거든요. 저희가 정의한 '농부'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사람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구조 개선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하는 사람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밭물상'은 우리가 정의한 그 '농부'의 정신을 우리들의 일상에 제안 할 수 있는 굿즈 셀렉샵이에요. 재치 있는 농부의 작업장을 재해석해 우리들의 일상에서 마음의 밭을 가꿀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제안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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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빵이 개발된 뒤에도 '지속 가능'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있어요.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둘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저도 감자밭 구성원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려고 해요. 10년 뒤에는 우리가 믿는 가치들을 더 많이 알리고 있지 않을까요?


감자밭의 시그니처 제품인 감자빵은 팝업 기간동안 연남방앗간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CHAPTER 2 강원: 겨울의 감각

위치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서울 중구 통일로 1 (문화역서울284, 구 서울역사)
기간 2021. 11. 27. (토) – 2022. 2. 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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